본문 바로가기
호모 메모리쿠스

이토록 가슴아픈, 한 장의 사진

by 김핸디 2009. 5. 29.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결국 DJ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나보다. DJ에게 노무현 대통령은 고마운 사람이고, 미안한 사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DJ 아들들의 비리로 선거에서 쓴맛을 봐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표현으로라면 '죽기보다 싫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DJ의 편에 섰다. DJ는 민주화의 마지막 보루였기 때문이다. 개인적 감정보다 대의를 앞세우는 사람이 노무현이었고, 그는 그를 발굴하고 밀어줄 수 있었던 영남의 힘을 가진 김영삼의 곁을 떠나 정치적 열세에 있던 DJ의 옆으로 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DJ가 대통령이던 시절에 그를 만나 대통령에 대한 꿈을 얘기한적이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비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라며 자조섞인 말투로 미래의 꿈을 얘기했던 그에게 DJ가 던진 말은 '나도 상고 출신인데, 대통령 하지 않냐. 희망을 가져라' 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하던 날, 나는 취임식에 참석한 뒤 DJ의 사저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DJ의 지지자들이 그의 퇴임을 축하하며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힘겨운 몸을 이끌고 나와 지지자들앞에 서서 연설했다. '자신과 국민의 정부는 최선을 다했노라고.. 누가 뭐래도 부끄럽지 않은 정부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노라고..' 노쇠한 전 대통령의 연설앞에서 나는 결국 눈시울이 붉어지고야 말았다. 그 분은 정권 말기의 비리사건으로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했던 노력들을 인정받지 못하는부분이 못내 서운하신듯, 그렇게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뒤 김대중 대통령은 '내 몸의 반이 무너지는 느낌' 이라고 말했다. 아마, 누구보다도 대통령으로서 삶과 그 이후에 평가들에 대한 심정을 잘 알고 계시기에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그러기에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누구보다도 안쓰럽고 안타까웠을 것이다. 

  점심시간을 이용 해 잠시 노제에 다녀왔다. 뜨겁게 빛나는 태양아래, '조선일보' 로고가 선명한 전광판으로 중계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운구를 보면서, 양희은이 불러오는 상록수를 들으며 나는 또 다시 눈물을 쏟았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그렇게 눈물은 흘렀고, 멈추지 않았다. 

  전직 대통령을 자살하게 만드는 나라,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을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리게 만드는 나라. 나는 그들을 대통령으로 가져 행복했고, 미안하고, 한 없이 가슴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