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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메모리쿠스

고해성사

by 김핸디 2010. 7. 15.



휴.. 할 말 있어요. 뭔데? 저.. 저.. 그러니깐요..그게.. 제주도 가기로 했어요. 뭐? 아니요..그니깐요..사실은..못갈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요.. 오늘 강의에서 안톤체홉의 <세자매> 얘기를 했는데요. 인생이 그런거래요. 갈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은 못 지르는 거래요. 몇년이 지나도..몇십년이 지나도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그냥 그 자리에 있는거래요. 그래서요..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있잖아요, 선생님이 아직 나는 젊어서 갈 수 있대요. 물론 제주도에 가라고 얘기한건 아니지만요. 마음에 품은걸 옮길 수 있는 나이래요. 그 순간 머리가 핑도는것 같았어요. 내 인생의 1막이 이제 끝나가고 있는거잖아요. 2막이 열리면..더 고민할테고, 그러면 또 힘들테고..그러다 3막이 지나고 막이 내리면..그때 후회할것 같아서요. 그때가 되서 하는건요, 지금에 하는거랑은 다르잖아요. 돈은 있고? 어..지금은 없어요. 항공권만 일단 사두고요.. 돈도 없이 어딜 간다는거야? 그게요. 그냥,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있잖아요. 돈 없어도..그냥 없는대로 가려구요. 하루종일 자전거 페달만 밟는대도..그런 고생이라도 그냥 한 번 해보려구요. 적어도 항공권 살 돈은 있으니까.. 원하면, 진짜 원하면 실행에 옮기는게 맞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자매>에서 모두 껴안고 울때, 그 인물들은 무슨 심정이었을까요? 가장 큰 감정은, 역시 후회 아니었을까요? 그때 고백할걸, 그때 도전할걸, 그때 모스크바에 갈걸.. 그 사람들 모스크바에 갈 수 있었잖아요. 조금만 더 일찍 결정했더라면.. 나는 그게 인생이다, 라는 박준용쌤에 말에 눈물이 펑펑 나올것만 같았어요. 입을 헤 벌리고 누가 머리를 진짜 망치로 치는 기분이 든거에요. 좋아하면서 바라만 보고.. 때려쳐야지 하면서 계속 거기에 있고.. 그렇게 할걸 할걸 하다가 결국은 못 하고 마지막에야 후회하는게 인생이라니.. 매몰되어있을때는 모르다가 안톤 체홉이 보여주노라니 그곳에 있어서는 안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만 하던걸 행동으로 옮기기로 한거에요. Think locally Act locally 작은것부터 생각해서 작은것부터 바꾸자는게 요즘 내 삶의 모토거든요. 나도 내가 충동적인거 알아요. 근데요.. 가끔은 그 충동이 진심이기도 하거든요. 나중에 '실수였어' 라고 부정해보는게 결국은 내 마음일때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갑니다. 제주도. 흠, 생각이요? 글쎄요 뭐, 이제부터 한 번 해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