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민주당은 고아가 되었습니다. "
어제 거실에 앉아 망연자실 울면서 뉴스를 보고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김대중 대통령 서거를 안타까워하며 이와 같은 언급을 하는것을 보았다. 고아가 된 심정. 그것이 어찌 민주당 의원들만의 입장일까. 어느 분의 블로그에 갔다가, 어제 비보를 접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잃은 나라' 라고 현 상황을 표현하고 있는것도 보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잃은 고아. 세종과 문종을 잃었던 단종의 심정이 혹 이와 비슷했을까. 참담하고, 비통하고, 막막한.
노무현과 김대중. 두 사람은 참 닮은점이 많았다. 가난했고, 마이너였고, 약자의 편에 설줄 알았으며, 책을 좋아했고, 인고의 세월을 견뎠고, 지지자들의 열렬한 애정을 받았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에 '내 몸의 반이 무너지는것같다' 고 했던것처럼, 두 사람은 단순한 역사의 '릴레이주자' 를 넘어선 동지였고, 대의를 같이하는 협력자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을 보노라면,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여러군데서 발견할 수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김영삼 대통령을 등에 업고 정치에 입문했던 사람이지만, 그가 존경했던것은 3당 합당을 한 김영삼 대통령이 아니라, 비록 모든 부분에서 동의할 수는 없을지언정 '지도자' 의 면모가 다분했던 김대중 대통령 이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후 열렸던 6.15 공동선언 기념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 노 대통령과 내가 닮은 점이 많다, 둘 다 농민의 아들로 태어났고, 상고를 나왔고,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갔다. 정당도 같았고, 국회의원도 같이 했고, 북한도 교대로 다녀오고, 가만히 보니까 전생에 노 전 대통령과 내가 무슨 형제간인 것 같다."
내가 사랑하고, 지지했던, 두 명의 지도자가 이제 가는길마저 함께 떠난다. 아물었다고 생각한 상처에, 뜨거운물을 붓기라도 하는것처럼 다시금 너무도 아프고 허전하다. 갑작스럽게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기에, 김대중 대통령 만큼은 절대로 잃고 싶지 않아 그 분의 그림자라도 잡고 주먹을 쥐어진채로 짐짓 그렇게 서 있었다. 아직도 슬픔과 아픔이 뒤덮인 주먹은 부르르 떨려오지만, 그 분이 언제나 화해와 평화를 주장하셨듯 나 역시 마음을 비우고 조용히 손을 펴 이제 놓아드리려고 한다.
부디, 좋은길 가십시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공부하는 시민이 되어 민주주의의 보루가 되겠습니다.
두 분이 가르쳐주셨던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