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모 드라마쿠스

결못남의 지진희가 좋은 이유.

by 김핸디 2009. 7. 21.


 결혼 못하는 남자(이하 결못남)를 종종 보고있다. 볼 때마다 지진희 캐릭터에 웃음을 참을수가 없는데, 처음엔 그저 만화 속 캐릭터처럼 엉뚱하기만 했던 그 남자가 어느새 참 매력적으로 와닿는것을 느끼게 된다.

 특히, 결정적으로 지진희가 좋아지게 된 계기는 이 장면이었다. 엄정화와 여행을 떠난 지진희가 평지대신 자갈밭에 텐트를 치자고 우기고는 '누울 때 보면 내가 왜 자갈밭에 텐트를 치자고 했는지 알 수 있다' 라고 말한다. 엄정화는 그런 지진희를 이해할 수 없지만 일단 텐트를 치는데, 아니나 다를까 자려고 눕자 지진희가 말을 건네온다. '소리들려요? 자갈 부딪치는 소리 말이에요.' 그렇다. 지진희는 텐트안에서 듣는 자갈 부딪치는 소리까지도 고려할 줄 아는 남자였던 것이다. 지진희의 말에 엄정화도 의식치 못했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 자갈이 부딪치는 소리. 엄정화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지진희의 얼굴에도 미소가 감돈다.

 한 마디로 이 장면은 감동이었다. 결못남 속 지진희의 캐릭터가 재밌긴 했지만 여타 드라마 속 남자주인공처럼 버닝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가 너무 자기만 알기 때문이었다. 엄정화한테 막말을 던지고, 자기 좋아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그 남자. 하지만, 그는 남에 대한 배려가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기 보다는, 누구보다도 먼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에 불과했다. 자기자신의 이익을 챙기는것과 자기 자신을 정말 사랑하는것은 다르다. 지진희는 이를테면, 유난히 솔직해서 낯설 뿐인 자아완성형 인간이었던 셈이다.

 예전에 친구들끼리 모여서 어디 좋은데를 가자고 하면, 꼭 친구들중에 몇몇은 '그런데를 왜 친구들끼리가냐, 남자친구랑 가야지' 하면서 빼는 애들이 있었다. 뭐, 그래. 그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여행이나 좋은 관광지를 다니는데 있어서 '꼭 누구랑이어만 한다' 라는 당위를 내세우는 건 조금 안타까운 일 아닌가. 우선시 되야할것은 '누구랑 가는가' 가 아니라 '내가 가고싶은가' 이다. 내가 가고만 싶다면, 대체 여자친구들끼리 몰려간다고 해서 무엇이 대수란 말인가.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앞에 그리 솔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지진희는 다르다. 고기가 먹고싶으면, 혼자라도 가서 구워먹고, 불꽃놀이를 보고싶으면 혼자라도 가서 본다. 최고급의 음식들과, 최상의 장소를 스스로에게 제공한다. 왜? 자기가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물론, 지진희처럼 '혼자가 좋다' 라고 말하기에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눔으로 증폭되는 즐거움 역시 큰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연애는 물론 더 좋다. 하지만, 누군가가 없으면 외로워서 하는 일상적이고 습관적인 연애는 반대다. 연애를 안 한다고 해서, 연애를 하는 사람들이 누리는 좋은 장소로의 여행이나 달콤한 추억들을 못 만드는것도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만나는것보다 더 중요한것은 내가 누구냐이냐 하는것이다. 지진희처럼, '자갈이 부딪치는 소리' 를 듣고 미소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토록 인생의 행복을 많이 아는 사람이라면 혼자여도 외로울리가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완성할 줄 아는 지진희같은 남자가 멋지다. 둘이만나서 하나를 채우는 사랑보다는, 하나하나가 완벽한 인격체로서 만나 둘이 되는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기를 먼저 사랑하고 완성시켜야 한다. 연애는 그 때 시작해도 나쁘지 않다. (이래서 내가 혼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