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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드라마쿠스

양미숙이가 어때서, <미스 홍당무>

by 김핸디 2009. 2. 7.



 평가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영화, <미스홍당무>. 초중반까지는 너무 웃겨서 미친듯이 웃으면서 보다가, 후반부에는 '정말 양미숙이는 완전 싸이코에다 저질이구나' 라며 욕하면서 보다가, 마지막에는 '양미숙이 뭐 어때서? 그러는 니들은?' 이라며 결국 양미숙을 받아들였다.

 이 영화는 양미숙의 캐릭터를 받아들이든 말든 관객에게 중요한 경험을 제시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작품이다.그것은 바로 '왕따ㅡ바라보기' 의 시선이다. 이 영화에서 <고도를 기다리며>가 나온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늘 경험하는 '권태' 를 극장이라는 공간속에서(평소 권태를 이기기위해 가는 그 공간) 끌어와 관객에게 '권태를 체험' 하게끔 하는 폭탄같은 연극이었다. 무심코 지나쳐오던 일상의 권태를 관객에게 직접 체험하게끔 함으로서  이 작품은 별거없는 우리의 일상을 처절하게 까발려버린다. 그래서 관객은 불편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삶과 현실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이 작품의 의의는 그렇게 하이데거의 '시간죽이기'를 여실히 받아들이고  실존하는 삶으로 나아가게끔 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 <미스 홍당무>도 그런 역할을 하고있다. 양미숙이라는, 왕따이긴 하지만 영화주인공이라면 충분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게끔 바꿀 수도 있는 인물을 감독은 철저하게 완벽하게 찌질이로 만든다. '양미숙 상당히 판따스틱한 캐릭터군' 이라며 적응해할 찰나에 감독은 캐릭터를 비튼다. '이래도 좋아할래?' 저건 좀 이상하군, 그래도... 하면서 영화를 계속 보면 감독은 또 얘기한다. 
 '양미숙 이런인간이다. 관객 니네 이래도 좋아할래?' 와, 진짜 작정하고 왕따캐릭터를 만든거다. 
 
 영화 속 왕따캐릭터가 한 둘이던가. 하지만 다른 영화들이 그 왕따가 비록 영화속 인물들에게는 배제당할지언정 관객은 왕따를 사랑하게끔 만드는 구조속에 있었다면,  이 영화는 양미숙을 끊임없이 찌질하게 몰아감으로서 관객들에게 양미숙을 왕따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게한다.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양미숙에게 감정이입이 되는것이 아니라, 양미숙을 무시하고 따돌리는 주변 학생들과 서선생등에게 감정이입이 되는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영화를 보던 순간, 관객은 '왕따ㅡ바라보기' 혹은 '왕따ㅡ만들기' 를 체험한다. 일상속에서 크건 작건 우리에 의해 행해지는 폭력을 영화를 보며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저것들은 당해도 싸' 라며 양미숙과 서선생의 딸을 욕하는 내 자신을 보게 되었을때, 나는 비로소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며 느꼈던 '권태체험' 처럼 강력한 충격에 사로잡혔다. '어떤 경우에도 왕따는 나쁘다' 라는 나의 이성적인 의식이 비로소 무너지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가끔씩 뉴스에서 나오는 왕따현상에 쯧쯔거리면서 왕따시키는 학생들을 질타했던 나의 그럴듯한 자의식(나는 절대로 사람을 왕따시키고 하는 일에는 동참하지 않는다)이 짓밟히는 순간이었다. 내 마음속에도, 결국, 나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왕따를 당해도 싸다 라는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던거였다.

 양미숙에게만 겨눴던 칼날을 서선생에게 겨눠봤다. '당신은 유부남이면서 동료 선생하고 바람을 펴?' 이번에는 유리선생에게. '너는 유부남을 꼬시면서 그게 당당한 일이야?' 그리고 양미숙과 서선생을 왕따시키는 학생들과 그런 마음을 잠시라도 가졌던 나에게. '니들은 뭐가 잘나서 사람을 왕따시키는데?' 정말 왜 '양미숙한테만' 뭐라고 했을까. 겉으로 멀쩡하다고해도 서선생이나 유리선생, 그리고 학생들은 전혀 양미숙에 비해 잘 나거나 정상적이지 않았는데 말이다.

 '세상이 공평할거란 기대를 버려. 우리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해' 라며 삽질을 멈추지 않는 양미숙과 '사람들이 우리가 쪽팔려서 그만두는줄 알거 아니에요' 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어쨌든 최선을 다하는 서종희에게 박수를 보내진 못해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본다. 영화속에 자주 등장하는 말 처럼.. 사람이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양미숙님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