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모 드라마쿠스

너를 위해 택한 삶, <백야행>

by 김핸디 2009. 11. 22.


" 그래도 버텼어, 네가 준 삶이니까.."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백야행>을 영화로 만났다. 원작을 무척이나 탐독했던 나로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그렸던 이미지와 영화속 이미지를 맞춰보는데 골몰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그들의 비밀을 알고 영화를 보는 기분이란.. 미호와 요한은 첫 장면부터 끝 장면까지 내게 다시 또 찾아온 아픔이었다.

 사람의 행동에는 언제나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행동의 바탕이 타인이 되는 경우 역시 항상 존재하기 마련이다. 미호와 요한은, 서로에게 모든 삶의 이유가 되는 존재였다. 한 사람은 빛으로, 한 사람은 그 빛의 그림자로, 그들은 그렇게 샴쌍둥이와도 같이 운명의 끈을 맞잡았다.  

 그들이 끊임없이 어둠속을 걸어야만 했던 이유는 함께하기 위함이었다. 수많은 연인들에게는 너무도 쉽게 허락되는 그 '만남' 을 위해서, 그들은 너무도 오랜시간 서로를 한 줄기 빛 삼아 하얀어둠속을 걸어야만 했다. 



 

" 미안하다, 요한아.. 그 때 너를 잡아주지 못해서.."

 그리고 그들의 오랜 시간을 쫓는 한 남자가 있다. 개인적인 트라우마로 인해 지독하게 그들을 쫓던 남자는, 그들이 지닌 비밀앞에서 괴로워하기 시작한다. 그에게 요한과 미호는, 쫓아야할 대상이면서 동시에 지켜주고픈 대상이었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 알았더라면 끝낼 수 있었을까, 한 없이 어둠속을 걷고 있는 요한과 미호앞에서 그는 점차 간절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멈췄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내가 멈춰야만 하는데..



 

" 난.. 후회안해.."

 그들의 꿈은 하나였다. 태양아래서 걸어 보는 것. 긴 어둠속을 벗어나 한번이라도 밝게 빛나는 세상속에 머무르는것. 하지만, 그들에게는 태양 빛 아래서서 자신들을 온전히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상처가 많았다. 미호가 꿈꿨던 미래, 요한이 지켜주고 싶었던 미래. 과거와 현재를 모두 그렇게 저당잡힌 채, 한 없이 내일만을 기약하며 살아야만 했던 그 오랜 세월. 지독하게 아프지만, 이런 사랑도 있다. 백야행, 너를 위해 택한 삶. 미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한 역시 그랬을 것이다. 


태양 아래서 산 적이 없어. 내 위에는 태양 같은 건 없었어. 언제나 밤. 하지만 어둡진 않았어. 태양을 대신하는것이 있었으니까. 태양만큼 밝지는 않지만, 내게는 충분했지. 나는 그 빛으로 인해 밤을 낮이라 생각하고 살 수 있었어. <백야행 3> p269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