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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드라마쿠스

이념따윈 개나 줘버려, <이중간첩>

by 김핸디 2009. 9. 30.



" 우리.. 어디로든 가면 안되나요? 남과 북만 아닌곳으로.."

 소설 <광장>은 이념에 희생된 한 개인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북으로도 남으로도 갈 수 없는 한 사내 이명준,그가 남과 북이 아닌 제 3국으로 가던 중 결국 바닷가에 목숨을 던지고 말았을 때, 10대의 나는 충격으로 잠시 얼어붙었다. 도대체념따위가 무엇이길래, 한 개인의 삶을 이토록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때의 충격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찾아왔다. 북에서 장교로 활동하다 남으로 건너온 림병호. 그는, '귀순용사' 대접을 받으며 중앙정보부의 대북정보요원으로 일하게 된다. 그러나, 림병호의 정체성은 '역사적 혁명완수' 를 위해 북에서 온 간첩. 결국,남과 북 모두에서 비밀요원으로 활동하게 된 그는 음모에 휩싸이게 된다.

 이 영화는, 한창 주가를 올리던 배우 한석규가 오랜 공백기를 뚫고 활동을 재개한 작품이다.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한석규라는 배우가 어디 실망을 안겨준적이 있었던가. 이 영화 역시 기존의 북한을 다룬 대중적인 영화들보다는 무거웠지만,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다. 남과 북, 그리고 미국. 그 안에서 희생될 수 밖에 없는 개인의 삶. 

 '홀로가는 저 등산객 간첩인가 다시보자' 라는 구호가 공공연하게 떠돌던 살벌한 시절이 겨우 몇 십년전의 사실이고,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건재한것이 현실인 여기, 대한민국. 사상따위가 대체 무엇이길래 아직도 그 아래서 신음하고 고통받으며 숨을 죽여야만 하는가. 이산가족의 부둥켜안은 모습이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요즘, 보이지 않는 벽 아래서 개인의 보편타당한 행복은 짓눌릴수 밖에 없는 현실이 새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