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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쿵푸스

공지영을 만나다, 마음이 끓어오르다.

by 김핸디 2009. 7. 30.


 공지영 작가님을 만나고 왔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나 <즐거운나의집>을 재밌게 읽긴 했지만, 팬이라던가 하는 낯간지러운 정체성은 없었는데, 오늘 그녀를 만나고 돌아온 나는 분명 팬이 되어있었다. 위 사진은 강연회 갔다가 충동적으로 지른 공작가님의 신작 <도가니>.

우리는 문학을 왜 읽는가

 사람들은 누구나 어렸을때부터 '이야기' 를 갈구한다. 엄마에게 매달려 이야기를 해달라다고 조르던 기억.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앉아 무서운이야기를 떠들어대던 기억. 선생님의 별 특별할것없는 사랑이야기의 열광하던 기억이 우리 모두에게는 조금씩 남아있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배우는 걸까. 그것은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의 표정을 조금만 관찰해봐도 알 수 있다. 슬픈 장면에서는 나도 몰래 눈물 콧물이 떨어져 내리고, 악당의 행위에는 여지없이 얼굴이 찌푸려진다. 왜 인가. 우리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이입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야기속의 인물들이 나 인양 끊임없이 공감하고 매달린다. 우리가 이야기, 즉 문학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공감' 의 능력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코패스가 만연한 세상

 공감은 왜 중요한가. 그것은 인간의 대한 예의가 바로 이 공감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는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한곳에 엉켜살았다. 그래서 가난한 자, 못배운 자, 신체가 불편한 자, 부자이지만 심리적으로 결핍된 자가 서로를 보며 자랐고, 덕분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러나, 세상은 점점 더 가진자와 없는자로 양분되어간다. 더 이상 부자와 가난한자는 한 동네에 엉켜살지 않는다. 부자들은 가난한자들이 가지는 고난을 이해할 수 없고, 가난한자들 역시 부자들에게 있는 번뇌를 이해하지 못한다. 서로 공감하지 못하는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무능력자' 들은 사회의 고위층일수록 더욱 만연하다. 그들은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우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삶의 크나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정치인, 판사, 의사등은 그들의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사회는 삭막하고, 개인의 삶은 불안하다.

 '그것' 에서 '너' 로 가는 한 걸음

 마르틴부버는 <나와 너> 라는 저서를 통해서 제3자의 대상인 '그것' 이 아니라 '나' 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너' 의 존재를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저 멀리 전쟁의 폐해로 고통받는 아이들보다 당장 내가 키우는 강아지의 고통에 더 민감한 이유는, 바로 강아지와 내가 '너' 와 '나' 라는 관계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삭막한 세상, 즉 '나' 와 '그것' 의 관계만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희망은 '그것' 을 '너' 로 대체하는 순간에 온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것이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이고, 연대의식이다. 옳고 바른 글에 리플 한 줄 남겨서, 내가 보고 있음을, 여기 이렇게 바라보고 있음을 알리는 그 작고 작은 시작. 그게 바로 우리가 할 수있는 희망의 시작이고 기적의 첫걸음인 것이다.

 공지영은 <도가니> 를 통해 드러낸 진실이, 많은 독자들의 리플 한 줄에 의해 힘을 얻고, 그 아이들의 상처받은 가슴이, 그 숱한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로 치유되었다고 말한다.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의 물방울이지만, 그게 모여서 결국 커다란 바다를 이룬다는 것이다. 

 견고한 댐의 붕괴는 다이너마이트가 아니라, 미세한 균열에 비집고 나오는 수많은 물방울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지금은 마르지 않는것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부딪치고, 또 부딪치고, 계속 부딪치자. 뚫리지 않아도 그렇게 사회의 작은 물방울이 되자, 언젠가는 바다로 흘러갈 쉬지 않는 그런 물방울이 되자.




 강연이 끝나고 공지영 작가님께 받은 사인.

 공작가님이 내 앞에 분들에게 랜덤으로 '행복하세요' 혹은 '꿈을 이루세요' 를 써주시길래
나는 특별히 '바르게 살라고 써주세요' 라고 부탁드렸다. 
그런 내 요청에 공작가님이 웃으시면서 하신 말. '왜요, 본인은 좀 맞아야되나?' ㅋㅋ

네, 작가님. 저는 좀 맞아야 정신을 차려서요.(수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