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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부커스

이 빌어먹을 지구..나를 놔줘, <무중력 증후군>

by 김핸디 2008. 12. 4.




달이 두개가 되었다.

사실, 너무 말도 안되는 일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라 별로 놀랄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지구밖의 일인지라 온 몸의 신경은 발끝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간만에 흥미가 발동한 것이다.

이 소설, 무중력 증후군은 달이 2개가 되고 3개가 되고.. 마치 번식을 하듯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달이 늘어나자 사람들은 저마다 달의 영향력을 생각해보게 되고
급기야는 중력을 거부하는 무중력자들이 판을 치게된다.

피부가 늘어나는것도, 발기부전이 되는것도, 어깨가 자꾸만 쳐지는것도 
바로 이 빌어먹을 지구가 중력을 몸소 받고 있기 때문이란다.

중력만 아니었다면, 펄펄 날아서 벌써 자유를 갈구했을 우리들인데
태어나면서부터 중력을 받노라니 자꾸 땅에 매여 답답한 처지가 되는것이다.

상현달 지부장이니 하현달 지부장이니 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우리 모두는 어서 지구를 떠나야 한다고 외칠때,
달로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걸음거리도 '문워크'를 걷자고 외칠때,
달의 입주권이 불티나게 팔릴때, 나는 신나게 낄낄대며 웃어댔다.

이 책의 중력은, 그러니까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 그 모든것들이리라.

그래서 사람들은 달의 증가를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족쇄를 풀수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긴다.

사표를 백만번도 넘게 썼던 이과장은 당당하게 사표를 내고
집안의 촉망받던 고시생이던 형은 과감히 요리사로의 꿈을 표명하고
평생을 남편과 자식들에 자신의 삶을 바쳐야만 했던 엄마는 자아를 찾는다.

그 모든 복잡한 소용돌이속에서
평범한 직장인 노시보는 흔들림이 없다.
여전히 땅을 팔고, 친구의 넋두리를 들어주고, 별 기대없는 차남역할을 한다.

모두가 변하기 시작할때에도 그는 그렇게 담담하다.

하지만, 달의 번식이 한낱 이벤트에 지나지 않았음을 세상이 다 알때
중력을 부인해봐도 다시 현실의 지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음을 사람들이 깨달았을때
우리의 주인공 노시보는 그제서야 '무중력 증후군' 에 걸린다.

그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왔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될것이다.
그러나 '무중력 증후군' 에 걸린 모든 사람들도 종착지는 결국 이 끈질긴 중력의 지구다.

아무리 애원해도 놔주지 않는 그 모든 주변의 굴레처럼
무중력을 꿈꾸는 우리는 오늘도 이 지구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다.

무중력증후군.
아무리 날고싶다고 발버둥쳐봤자 놓아주지 않는 현실에의 도피.

발 끝이 닿는곳에서 탁 소리나게 책을 던져놓으며 외쳐본다.

이 빌어먹을 지구..!
나 좀 놔라, 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