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호모 아르텍스

듣고 있어도 듣고싶은 음악, <공명 콘서트 Space Bamboo>

by 김핸디 2010. 7. 24.



비가 내리고 난뒤, 시원한 바람이 부는 금요일.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나들이에 나섰다. 오늘의 외출 장소는, 예술의전당 소극장.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차를 세워둔채로, 걸어서 예술의전당으로 향한다. 은은하게 쏴 주는 조명이 여름밤의 어스름과 어우러져 꽤 예쁘게 느껴진다.






오늘 관람하기로 한 공연은 퓨전국악그룹 공명의 <음악으로 그리는 대숲의 하루>. 아빠는 분명 우리 가족한테 '난타같은거' 라고 했는데.. 공연 포스터를 보는 순간, '아부지 그건 아닌거 같은데?' 라는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었다=_=; 여튼 뭐.. 이런 분위기있는쪽이 나한테는 더 좋으니까 패스. 오늘 날씨에도 더 잘 어울리는것 같고 말이다.






8시공연인데 7시 55분쯤에 도착해서(Just한 우리가족;) 공연장으로 바로 입장했다. 공연 컨셉에 맞게 대나무가 즐비한 가운데, 기타도 보이고, 드럼심벌도 보였다. 뭘까, 뭘까.. 일부러 사전정보를 극히 배제하고 온 나로서는 기대감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8시, 공연의 막이 올랐다.

막이 오르면 무대에 한 남자가 나타나 악기를 (연주한다, 라고 기대하는것이 보통의 생각이겠으나)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다. 만드는 것이다. 소리의 울림을 재고, 톱을 들고 나무를 썬다. 끌로 구멍을 내고, 사포로 다듬질까지 한다. 그리고, 그가, 즉석에서 스스로 만들어 보인 악기로 연주를 시작한다. 그의 연주와 동시에 공명의 멤버들은 화음을 내기 시작한다.

환상적이었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일어난 마술같은 연주. 손으로 두드리고, 입으로 불고, 줄을 튕기면서 그들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일전에는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악기소리와 화음. 눈을 감고 음악을 들으니, 정말 대나무 숲에 와 있는듯한 착각이 일었다. 나의 상상력은 저 멀리 바닷가에 앉아 혼자 조개를 주워올리기도 했고, 나비의 움직임을 따라 갈대밭을 헤메이기도 했다. 

그렇게 어우러진 소리를 듣다가, 멤버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시선을 기울이니, 그들 각자가 내고 있는 소리가 또렷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대나무 두개를 쥐고 오묘한 리듬을 창조해내고, 드럼심벌과 장구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조합을 이루기도 했다. 국악기와 어우러지는 기타소리는 또 어떻고. 정말이지 환상적이었다. 보는 내내 입을 계속 헤 벌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신세계에 넋을 잃고 빠져있어야만 했다.

일찍이 손현주는 모 드라마에서 '보고싶어도 보고싶은 그대' 라는 노래를 불러 히트시킨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들의 음악을 들으며 손현주의 그 히트곡 제목을 떠올렸다. 이 음악이야 말로 그 제목을 빌려 표현하자면 '듣고있어도 듣고싶은 음악' 이었기 때문이다. 각각의 멤버의 손에서 숱하게 거쳐가는 다양한 악기들은 들으면서 더 듣지 못해 아쉬웠고, 라이브로 들려오는 기가막힌 조합은 순간순간 내 마음을 울리며 스쳐갔기에 더 잡고 있지 못해 안타까웠다.





1시간 30여분간의 짧은 여행. 소리로 그리는 그들의 풍경은 아름다웠고, 감동적이었다. 지난번에 '부조리 연극' 에 대해 배우면서, 인생이 주는 권태와 의미없는 일상의 회귀에 조금은 지쳐있었는데, 이 공연을 통해서 인생을 가치롭게 만드는 '창조가 주는 가치' 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공명이라는 연주가들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시원한 여름밤에 가족과 함께 좋은 공연을 봐서 행복했다. 공연이 끝나고,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때까지 멈추지 않았던 나의 박수소리 처럼, 공명이 주는 공명은 내 마음속에 쉬이 사그러들지 않는 울림을 간직할 수 있게 해 주었다.